안녕, 나의 여름이여

정글이라는 곳은 나에게는 따뜻한 도피처이자, 끊임없는 좌절의 공간이었다.

따듯한 도피처

그 누구도 나에게 뭘 바라지 않는다.

꼭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, 그저 하루하루 새로운걸 습득해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.

숫자로 평가받지 않는 세상 속에서는 분명 해방감이 있었다. 하고싶지 않은건, 안해도 된다!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.

(사실 그러면 본인만 손해다..)

끊임없는 좌절

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 많이 울었다.

난 이상하리만치 고집이 참 세다. 내가 못났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고, 작아진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.

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나로써는 어디서부터 모르겠는지 조차 모를때가 많았다.

내 자신과 그리고 AI와 싸우며 내가 모르는 것을 채워나가려 했다.

그럼에도 쌓이지 않는것 같은 지식의 늪에서 끊임없이 좌절했다.

비교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. 그러나 마음 한켠엔 늘 작아진 내 모습이 거울처럼 날 바라본다.

온실을 나서며

이 끝에는 바로 해피엔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.

하지만 이 온실을 깨고 나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무기력해진다.

평가의 단두대에 올라가는 것은 항상 두렵고 스트레스다. 그 과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, 그리고 그 끝에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욱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.

 

내 인생의 목표는 소박한 행복이다. 여름은 해변에서 겨울은 슬로프 위에서 사는 것이 목표이다.

그래서 ‘시간의 자율성’과 ‘삶의 선택권’은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.

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도, 그런 자유로운 삶의 형태에 가장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.

 

나의 무기력함은 결국 내 부족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.

하지만 누구에게나 시작은 서툴고 부족하다.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것이다.

역설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해야 나아갈 수 있다. 그렇게 계속 나아갸아만 내가 꿈꾸는 삶의 발끝에라도 닿을 수 있을 것이다.

 

정글에서 나는 목표한 바의 약 80%는 이루었다.

처음 접하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.

그리고 내가 적용한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었다.

개인적으로는 다이어트와 꾸준한 운동은 반쯤 지켰으니 이 또한 절반의 성공이라 하자.

끊임없는 좌절 속에서도 분명히 무언가를 이뤄냈다.

앞으로도 좌절은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.

그렇다면 무한히 좌절하고 무한히 이뤄내자.